[세계를 보는 창 NOW] 구인난에 직원 감축 비상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레스토랑 체인 중 하나인 '디그인(Dig inn)'은 최근 '현금 없는(cash free) 식당'을 선언했다. 모든 고객은 음식값을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로만 내야 하며 현금은 아예 받지 않는다. 좀 더 정확히는 이 레스토랑 체인의 애플리케이션(앱)을 휴대폰에 내려받은 후 앱에서 주문하고 신용카드 정보를 넣어 결제한 후, 매장에 가서는 주문한 음식을 곧바로 찾아서 먹거나 들고 나가는 게 정석이다. 이렇게 되면 고객은 매장 내 어느 직원과도 얼굴을 맞대거나 말 한 마디 섞지 않고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이런 시스템이 확산돼 가는 것은 계속 높아지는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미국 외식 업체들이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연구,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인건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인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음식을 만들고 서빙하는 로봇이 다양하게 개발되고, 운영 시스템까지 사람이 필요 없는 쪽으로 급격히 진화하고 있다.

인건비 줄이기에 사활 거는 외식업계

제철 채소를 이용한 샐러드 등 건강식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디그인이 이런 시스템을 도입한 것은 미국 외식업계의 트렌드를 대변한다. 지난주 디그인 뉴욕 맨해튼 브로드웨이점에서 만난 매니저는 이런 시스템을 도입한 이유에 대해 "현금 매출 비중이 8%밖에 안 되는데 현금을 계산하고 입금하고 잔돈을 받아 오고 하는 데 직원 여러 명이 하루에 두 시간 이상을 사용해야 한다"면서 "이 비용을 절약해 주방 인건비에 투입하는 게 훨씬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뉴욕시 최저임금은 올 들어 시간당 13달러(약 1만4500원)까지 올랐고, 연말에는 15달러로 오를 예정이다. 식당 주인들은 수익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며 아우성이다. 원가에서 차지하는 인건비 비중이 경영이 어려울 수준까지 올라갔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경영 컨설팅 업체 '인터치 인사이트'는 "올 들어 매출의 20~25% 정도여야 하는 인건비 비중이 25% 이상으로 올라가면서 경영난을 호소하는 식당들이 늘고 있다"면서 "인건비를 어떻게 줄일 것인가가 경영의 핵심 현안이 됐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2018071600081_1_20180716100907277.jpg?ty지난 4월 미국 보스턴에서 문을 연 무인(無人) 레스토랑 ‘스파이스’의 주방 모습. 길이 2.7m, 폭 36㎝ 정도 되는 ‘키친(주방) 로봇’이 자동으로 주문받은 음식을 만들어 낸다. 키친 로봇이 냉장고에 보관 중인 재료를 자동 라인으로 공급받아 음식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3분 정도다. /스파이스(Spyce)

인건비도 인건비지만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는 점도 미국 외식업계의 큰 고민거리다. 미국 실업률이 사상 최저 수준인 4% 아래로 떨어지면서 종업원을 다 채용하지 못하는 식당이 늘고 있다. 식당 주인들은 "오늘 간신히 직원을 뽑아도 이내 좀 더 급여가 높은 곳으로 옮겨가 버리는 경우가 너무 많아 채용과 교육과정에 너무 많은 비용이 든다"고 호소하고 있다. 채용과 고용 유지가 어려우니 아예 필요한 직원을 줄이는 방법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미국의 식당 조사 업체인 'TDn2K'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식당들의 직원 이직률은 133%에 달했다. 이는 직원이 100명 있는 식당의 경우, 한 해 동안 100명의 직원이 모두 한 번씩 그만두고, 33명은 두 번 그만뒀다는 얘기다. TDn2K는 "직원 한 명이 바뀔 때마다 식당들은 2000달러 이상의 비용 부담을 지게 된다"면서 "뽑은 직원은 이직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직원 수를 최소화하는 게 식당 수익의 관건이 됐다"고 지적했다.

식당에 각자 음식 주문하는 앱으로 진화

그동안 급성장해 온 도어대시, 심리스 등 음식 배달 업체들도 인건비 상승으로 배달 비용이 증가해 고전하고 있다. 외식 업체들은 이들 배달 주문 시스템에서 빠져나와야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이 때문에 고객들이 있는 곳까지 배달하지는 못하더라도 주문, 결제의 편리성을 높여 고객들이 찾아가기만 하면 되는 시스템으로 진화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주문 앱의 업그레이드다.

2018071600081_2_20180716100907286.jpg?ty미국의 레스토랑 체인 ‘디그인’ 뉴욕 맨해튼 브로드웨이점에 ‘현금을 받지 않는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욕=김덕한 특파원

미국의 투자은행 JP모건에 근무하는 한 20대 직원은 "점심시간이 되면 각자 앱으로 음식을 주문하는 게 일상처럼 되고 있다"면서 "샐러드에 들어갈 채소, 치즈 등 토핑까지 모두 선택할 수 있고, 각자 취향을 반영한 음식을 말 한 마디 하지 않고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주문한 음식을 교대로 한 사람이 한꺼번에 찾아와서 사무실에서 먹는 것이 뉴욕 금융가 월스트리트의 새로운 점심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외식업계에서는 주문 앱의 업그레이드가 중요한 경쟁거리가 됐다. 디그인을 비롯해 경쟁 업체인 스위트그린, 파네라브레드 같은 외식 업체들은 고객들이 편리하게 음식을 주문하고 좀 더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도록 음식 주문 앱을 정교하게 만드는 데 경쟁을 집중하고 있다. 매장 내에 있는 주문대인 키오스크 프로그램도 업그레이드하고 키오스크 개수를 대폭 늘려 주문받는 인력을 줄일 수 있게 하고 있다.

로봇 활용, 無人 식당까지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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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등을 이용한 자동화로 인건비를 줄이려는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미시시피주 빌럭시에 있는 하드록호텔에는 칵테일 만드는 로봇을 '채용'해 이 호텔의 명물로 밀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의 햄버거 체인점 캘리버거는 햄버거 굽는 로봇 '플리피'를 설치했고, 커피를 내리는 로봇 바리스타, 피자를 굽는 로봇, 음식을 나르는 서빙 로봇 같은 자동화 로봇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 4월 초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는 지금까지 '개념'으로만 존재했던 '무인 레스토랑'이 실제 문을 열었다. '스파이스(Spyce)'라는 이름의 이 식당에는 주문용 키오스크와 음식을 조리하는 키친 로봇만 있다. 식당에 들어온 손님은 키오스크에서 주문할 음식과 선택사항 등을 정해 주문하고 결제하면 약 2.7m 길이에 폭 36㎝ 정도 되는 키친 로봇이 주문한 고객의 이름이 적힌 라인 위로 음식을 만들어낸다. 주문을 받은 키친 로봇이 냉장고에 보관된 재료들을 자동 라인으로 공급받아 조리하고 접시에 담아내는 데까지 3분 정도 소요된다.

외식업계에서는 실용 단계에 도달한 자율주행차에 버금가는 무인 식당이 몇 가지 약점들을 보완한다면 곧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실 지하에서 동료 3명과 함께 로봇 키친 아이디어를 연구하고 실현한 스파이스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케일 로저스는 외식 전문 미디어 '이터(Eater)'에 "우리는 자동화를 좀 더 많은 고객에게 놀라운 품질의 음식을 제공할 수 있는 수단으로 보고 있다"며 "좀 더 상냥하게 설명하고 개별 취향을 반영하며 미소 지으며 서빙하는 휴먼 터치를 담는 게 남은 과제"라고 말했다.

[뉴욕=김덕한 특파원 duck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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